추석이 오면 항상 비슷한 고민을 하게 된다. 올해는 장을 얼마나 봐야 하지.
평소에는 사과 한 봉지나 고기 한 팩 값이 조금 올라도 잘 모를 때가 많다. 명절은 다르다. 과일도 사고 고기도 산다. 차례를 지내는 집은 나물, 밤, 대추, 생선까지 챙긴다. 부모님이나 친척 선물세트까지 합치면 금액이 바로 올라간다.
올해 여름은 무척 더워서, 추석이 가까워질 때 과일과 채소 값이 오를까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처음에는 제일 부담스러운 게 당연히 사과와 배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 상황을 보니 과일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올해 추석 물가, 정부도 꽤 긴장한 분위기
올해 추석을 앞두고 성수품 물량은 18만 3천 톤이다. 평소보다 약 1.6배, 지금까지 중에서 가장 많다. 장바구니 부담을 낮추는 할인 지원에도 1,030억 원이 들어간다. 대책이 이 정도면, 이번 추석 물가를 얼마나 보는지 알 수 있다.
품목별로 보면 더 분명하다. 사과와 배 같은 과일은 평소보다 세 배 넘게 풀린다. 계란은 두 배 조금 넘게, 밤과 대추는 아홉 배까지 늘어난다. 소고기와 돼지고기는 명절이면 출하량이 많아진다. 명절 직전에 장을 한꺼번에 보면서 가격이 튀는 걸 막겠다는 뜻이다.
가장 신경 쓰였던 건 역시 사과와 배
추석 과일로 사과와 배가 먼저 떠오른다. 차례상에도 올라가고 선물세트에도 많이 들어간다.
문제는 올해 여름이 정말 더웠다는 점이다. 폭염이 이어지면 과일이 햇볕에 타 일소 피해가 나고, 크기나 색도 달라질 수 있다. 명절에는 크고 모양 좋은 상품 수요가 많아서, 좋은 과일 물량이 부족하면 가격이 쉽게 움직인다. 여름까지만 해도 사과와 배가 크게 오를 거라는 걱정이 많았다.
지금은 공급 쪽에서 강하게 막고 있다. 올해 추석에 풀리는 사과·배 등 과일 물량은 3만 2천 톤, 평소보다 3배 넘는다. 물량을 넉넉히 넣어서 명절 전에 값이 갑자기 오르지 않게 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올해 과일 값은 좀 묘하다. 폭염 때문에 생산 여건은 나빴지만, 추석을 앞두고 공급량은 오히려 늘었다.
과일 선물세트도 큰 것보다는 실속형으로
올해 과일 선물세트는 무조건 크고 예쁜 사과·배만 넣는 방식에서 벗어나, 조금 작은 과일이나 샤인머스켓을 넣은 실속형 세트를 크게 늘리고 있다. 실속형 과일 선물세트는 23만 세트. 지난해 15만 세트에서 8만 세트가 는다.
집에서 먹을 과일은 모양이 완벽할 필요가 없다. 선물도 가장 큰 것만 고집하지 않으면 값을 꽤 낮출 수 있다. 추석 기간 농축산물 할인이 최대 40%까지 예정이라, 어디서 사느냐에 따라 결제금액 차이도 클 수 있다.
그런데 한우도 만만치 않다
과일 다음으로 보이는 게 한우다. 차례에도 들어가고, 가족이 모이면 구워 먹기도 하고, 부모님이나 거래처 선물세트로도 많이 고른다.
올해는 한우 공급에 부담이 있다. 도축 물량이 평소보다 약 5.9% 줄어들 전망이다. 사육 마릿수가 줄어서다. 추석에는 고기 수요가 늘는데 공급은 오히려 줄어드는 구조다.
그래서 올해 한우는 정가보다 할인행사를 어떻게 쓰느냐가 더 중요해 보인다. 생산자단체와 유통업체가 한우를 30~50%까지 깎는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많이 살 생각이면 명절 직전 정가로 서두르기보다, 할인 기간을 보고 사는 편이 낫다.
돼지고기는 한우보다 상황이 조금 낫다
고기가 다 똑같이 불안한 건 아니다. 돼지고기 공급은 대체로 안정적이고, 하반기 출하량도 약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추석 한돈 할인행사도 예정돼 있다.
고기 값이 걱정되면 돼지고기보다 한우를 더 보면 된다. 꼭 한우만 고르지 않고 한돈이나 여러 부위를 같이 준비하면 장보기 돈을 아낄 수 있다.
올해 정말 크게 오른 건 따로 있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놀란 건 과일이 아니라 채소였다. 폭염이 절정이던 8월, 일부 채소 값이 크게 움직였다. 시금치는 한 달 사이 값이 두 배 넘게 뛴 시기가 있었고, 오이와 애호박도 짧은 기간에 많이 올랐다. 여름 더위에 약한 채소가 바로 타격을 입었다.
차례상을 차리면 나물 한 가지만 사지 않는다. 시금치, 무, 양파, 마늘, 전에 넣을 애호박까지. 하나하나는 한우나 과일보다 싸 보여도, 한꺼번에 담으면 금액이 커진다. 올해 추석에는 과일보다 제수용 채소 때문에 장을 부담스러워하는 집도 있을 것 같다.
밤과 대추도 추석이면 갑자기 많이 필요하다
평소에는 잘 안 사다가 추석만 되면 장바구니에 들어가는 게 밤과 대추다. 수요가 갑자기 늘어서 값이 움직이기 쉬운 품목이다. 올해는 공급량을 평소보다 9배 수준까지 늘릴 예정이다. 9배라는 숫자가 크다는 건, 반대로 명절에 수요가 얼마나 몰리는지 보여준다.
차례상을 준비하는 집은 사과와 배만 볼 게 아니라, 이런 작은 제수용품까지 합쳐야 실제 장보기 비용이 나온다.
생선도 빼놓을 수 없다
차례를 하는 집은 해산물도 같이 준비한다. 참조기는 명절 제수용으로 자주 쓰인다. 고등어, 명태, 오징어, 갈치, 참조기, 마른멸치 등 주요 수산물은 정부 비축 2만 톤이 시장에 나올 예정이다. 일부는 시중보다 최대 40% 싸게, 주요 수산물은 최대 50%까지 할인할 예정이다.
생선을 살 때는 미리 사기보다 할인 시작 시점을 먼저 보는 게 좋다. 추석 직전에는 수요가 한꺼번에 몰려, 같은 물건도 며칠 차이로 값이 달라질 수 있다.
선물세트가 오히려 가장 부담인 집도 있다
요즘은 차례를 간소하게 지내거나 아예 안 지내는 집도 많다. 그런데 명절 지출이 줄었냐고 하면 꼭 그렇지는 않다. 선물세트가 있어서다.
양가 부모님, 친척, 감사한 분까지 챙기면 선물비가 생각보다 크다. 올해 백화점과 대형마트 추석 선물세트 가격대도 넓다. 한쪽은 실속형을 늘리고, 다른 쪽은 프리미엄 한우, 고급 과일, 굴비, 주류 같은 비싼 상품도 더 내놓는다.
그래서 선물세트는 평균가가 얼마냐보다, 몇 명에게 어떤 가격대를 보내느냐가 실제 부담을 가른다. 5만 원짜리 하나는 괜찮아 보여도 다섯 곳에 보내면 25만 원이다. 10만 원짜리를 양가에 하나씩만 해도 20만 원이다. 차례를 간단히 하는 집에서는 과일이나 한우보다 선물비가 가장 큰 명절 지출일 수도 있다.
올해는 할인 규모도 상당히 크다
다행인 건 올해 할인 규모도 크다.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이 1,030억 원으로 역대 최대다. 사과, 배, 소고기 같은 농축산물은 최대 40%, 주요 수산물은 최대 50%. 과일과 한우, 제수용 선물세트도 최대 50% 할인 대상이 있고, 수산물 선물세트는 최대 53%까지 나오는 상품이 예정돼 있다. 라면과 빵 같은 가공식품도 4,700여 개 품목이 특별 할인 대상에 들어간다.
전통시장을 쓰는 사람은 9월 16일부터 20일까지 온누리상품권 환급도 볼 수 있다. 농축수산물을 사면 구매액의 약 30%를 상품권으로 돌려받고, 최대 환급은 2만 원이다. 같은 물건을 사도 언제, 어디서 사느냐에 따라 실제 돈이 꽤 달라질 것 같다.
그렇다면 올해 뭐가 제일 많이 오른 걸까
아직 추석 장보기가 끝나지 않아서, “올해 제수용품 중 이것이 가장 많이 올랐다”고 확정하기는 이르다.
지금까지 흐름만 보면 폭염을 직접 받은 일부 채소의 오름폭이 가장 컸다. 사람들이 제일 걱정했던 사과와 배는 공급량을 평소보다 3배 이상 늘리고 있다. 한우는 공급 감소가 부담이지만 큰 할인행사가 예정돼 있다.
짧게 정리하면 이렇다. 채소는 이미 더위 영향을 받았다. 과일은 작황이 걱정되지만 공급량은 늘고 있다. 한우는 공급이 줄어서 할인을 봐야 한다. 선물세트는 가격보다 몇 개를 사야 하느냐가 부담을 키운다. 그래서 체감하는 ‘제일 비싼 것’은 집마다 다를 수 있다.
올해 추석 물가는 더 복잡해 보인다
예전에는 명절이면 사과 값, 배 값을 하나씩 봤다. 올해는 다르다. 폭염 때문에 채소 값이 자주 움직였고, 한우 공급도 줄었다. 과일은 걱정과 달리 앞으로 더 많이 들어올 예정이다. 선물세트는 실속형과 고급으로 갈라져 있다. 할인행사도 많다.
그래서 올해는 “뭐가 제일 비싸냐”보다 “우리 집은 무엇을 얼마나 사야 하느냐”가 더 중요해 보인다. 차례를 크게 하는 집은 과일과 제수용품이 부담일 수 있다. 고기를 많이 먹는 집은 한우가 먼저 들어온다. 차례를 간단히 해도 양가와 주변에 선물을 해야 하면 선물세트가 제일 부담일 수 있다.
같은 추석이어도 체감 물가는 다르다. 올해 장을 볼 때 과일, 한우·고기, 선물세트 가운데 뭐가 제일 부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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