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버스가 또 멈출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이 3일, 사측과의 2026년 단체교섭이 결렬됐다고 선언하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쟁의 조정을 신청했다. 조정이 성립되지 않으면 9월 16일 첫차부터 전면 파업에 들어가겠다고 했다.
16일은 추석 연휴 바로 앞이다. 귀성, 출근, 장보기 길이 겹치는 주간이다. 다만 지금은 ‘파업이 확정됐다’고 쓰면 안 된다. 노동위 조정을 거치는 중이고, 그 안에 합의하면 운행은 그대로다.
지금은 예고 단계다
노조는 올해 3월부터 사측인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과 아홉 차례 교섭을 했다고 밝혔다. 사측이 불성실하고 안이 성의 없었다는 게 노조 쪽 설명이다. 받아들일 수 없는 안으로 임금 동결, 상여금·명절수당 폐지 이야기를 꼽았다.
앞으로 일정은 이렇게 잡혀 있다. 9일 1차 조정 회의, 11일 각 사업장 조합원 파업 찬반 투표, 15일 2차 조정 회의. 여기까지 합의가 안 되면 이튿날 첫차부터 멈추겠다는 선언이다.
사측 반응은 다르다.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쪽은 2024년, 2025년 교섭 때도 파업이 있었는데 올해도 이어가겠다는 것은 문제라고 했다. 16일이 추석 앞이라 시민 불편이 클 것이라는 점도 짚었다. 대화보다 위력으로 입장을 관철하려는 관행이라는 말도 나왔다.
핵심은 ‘임금을 얼마나 올리느냐’만이 아니다
겉으로 보이는 숫자는 이렇다. 노조는 임금 7.85% 인상을 요구하고, 사측은 동결안을 낸 상태다. 다만 이번 갈등의 더 깊은 축은 통상임금을 어떤 시간으로 나누느냐에 있다.
같은 월급이라도 나누는 시간이 짧으면 시간당 임금이 올라간다. 그러면 연장·야간 수당과 밀린 임금 규모도 커진다. 노조는 월 176시간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본다. 사측은 주휴시간 등을 넣은 209시간을 기준으로 체계를 먼저 맞추고, 다른 소송 결과에 따라 정산하자고 한다.
발단은 올해 4월 30일 나온 동아운수 관련 대법원 판단이다.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보고, 월 소정근로시간을 176시간으로 본 원심을 유지한 부분이 있다. 노조는 이 기준이 이미 확정됐으니 서울 시내버스 전체에 적용하고, 밀린 임금도 흥정할 대상이 아니라고 한다. 사측은 다른 버스 회사 소송이 아직 진행 중이라 한 회사 판결만으로 전체를 176시간에 맞추기 어렵다고 맞선다.
이 부분이 어려운 이유는, 시민 입장에선 ‘버스 기사 월급 싸움’으로만 보이는데 실제로는 수당 계산법 다툼이기 때문이다. 어느 쪽 숫자가 맞는지 여기서 단정하지는 않겠다. 법원 판단과 노사 해석이 아직 완전히 겹치지 않는다.
올해 1월에도 이미 멈춘 적이 있다
서울 시내버스는 올해 1월에도 파업을 했다. 그때는 이틀 동안 운행이 끊기며 역대 최장 파업으로 기록됐다. 그때도 상여금을 없애는 방식의 임금 체계 개편이 쟁점이었다. 몇 달 지나 비슷한 축의 갈등이 다시 올라온 셈이다.
그래서 ‘또?’라는 반응이 먼저 나온다. 반대로 노조 입장에서는, 그때 미뤄 둔 계산이 올해 교섭에서 다시 막힌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연초 총파업을 철회할 때 서울시와 사업주가 동아운수 판결을 반영하기로 한 약속을 번복했다고 비판한다. 사측이 그 약속을 어떻게 보는지까지는, 공개된 설명만으로는 한쪽 말만 옮기기 어렵다.
파업하면 가장 먼저 걸리는 사람들
서울에서 버스로 출퇴근하는 사람은 지하철만으로 다 안 채워진다. 마을버스, 지선, 심야 노선까지 겹치면 대체 수단이 바로 안 나오는 구간이 있다. 택시는 값이 오르고, 우회 교통은 몰린다.
16일이 특히 껄끄러운 이유는 추석이다. 귀성 인파와 장보기, 주간 출근이 같이 움직인다. 파업이 하루로 끝나도 체감은 길다. 반대로 기사들 입장에서는, 명절 앞이라고 임금 계산을 미루라는 말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명절수당 폐지 이야기가 나온 상황에서 추석 직전 파업 카드가 나온 것은 우연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아직 16일에 버스가 반드시 서는 것은 아니다. 15일 조정까지는 시간이 있다. 다만 일정만 보면, 합의 창구가 넉넉하지는 않다.
이해할 만하다는 쪽
기사 입장에서 보면, 통상임금은 보너스를 더 달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일한 시간에 대한 계산일 수 있다. 법원에서 176시간 쪽이 유지된 부분이 있는데 사측이 209시간으로 먼저 가자는 것은, 노조 눈에는 깎으려는 안으로 보인다. 임금 동결과 상여·명절수당 폐지까지 겹치면 파업 외에 남는 카드가 적다고 느낄 만하다. 1월에 이미 한 번 멈춘 뒤에도 같은 축이 안 풀렸다면, ‘또’가 아니라 ‘아직’에 가깝다.
시민 피해가 더 크다는 쪽
이용자 입장에서는 계산법이 맞든 아니든, 당장 아침 버스가 안 온다. 1월에도 멈췄고, 2024·2025년에도 파업 이야기가 나왔다. 같은 패턴이 추석 앞에 다시 걸리면 피로가 쌓인다. 사측이 말한 대로, 대화보다 멈추는 쪽으로 협상력을 쓰는지 의심하게 된다. 필수 교통을 쥐고 명절 앞을 고른 타이밍 자체가 시민을 볼모로 본다는 시선도 나온다. 밀린 임금이 법원의 일이라면, 그 판결이 끝날 때까지 시내 노선을 세우는 게 맞는지는 별 문제다.
16일에 설 지는 아직 모른다
확정된 것은 파업이 아니라, 조정이 안 되면 16일 첫차부터 멈추겠다는 선언이다. 9일, 11일, 15일 안에 접점이 생기면 버스는 간다. 접점이 안 생기면 추석 전 서울 출근길은 다시 지하철과 택시에 몰린다.
이해할 만한 싸움일 수도 있고, 시민 피해가 먼저인 싸움일 수도 있다. 둘 다 근거가 있다. 그래서 한 표가 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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