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찬이 울버햄튼을 떠나 독일 샬케 04로 갔다. 완전 이적이 아니라 내년 6월 30일까지 임대다. 구단이 공식 발표한 날짜는 9월 2일(한국시간)이다. 다만 이 이적이 눈에 띄는 이유는 팀이 바뀌었다는 사실보다, 남은 시간이 35초였다는 점에 있다.
독일 매체와 샬케 스포츠 디렉터 프랑크 바우만의 말을 종합하면, 분데스리가 이적 시스템에 서류가 올라간 시점은 마감 35초 전이었다. 울버햄튼은 처음에 완전 이적만 받으려 했고, 마감일 정오가 지나서야 임대 이야기가 열렸다. 시간이 부족해 메디컬 테스트도 건너뛴 채 영입을 밀어붙였고, 유니폼 사진 촬영도 나중에 했다. 바우만은 한때는 무산될 것 같았다고 했다.
급해서 된 이적이면, 잘된 선택인지는 따로 봐야 한다.
울버햄튼에서는 이미 전력 밖이었다
황희찬이 굳이 이 타이밍에 독일로 간 이유는 단순하다. 울버햄튼이 챔피언십(2부)으로 떨어진 뒤, 새 감독 세자르 페이쇼투의 구상에서 빠졌다. 1군이 아니라 U-21 팀에서 훈련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개막 이후 공식전은 아직 없다. 이 상태면 임대는 모험이라기보다, 경기를 다시 뛰기 위한 출구에 가깝다.
샬케 쪽 환영 이유도 분명하다. 유리 뮐더 디렉터는 여러 포지션을 소화하는 공격수이고, 리그와 국가대표 경험이 장점이라고 했다. 황희찬에게 준 등번호는 7번이다.
본인도 지난 시즌 샬케 경기를 눈여겨봤다고 했다. 2021년 라이프치히 소속으로 샬케 홈에서 뛴 적은 있지만, 그때는 코로나19 때문에 관중이 없었다. 이번에는 가득 찬 경기장에서 뛰고 싶다는 말도 했다.
샬케는 방금 1부로 돌아온 팀이다
샬케는 분데스리가에서 우승은 없지만 준우승은 여러 차례 있는 전통 구단이다. 최근에는 2부에서 보냈고, 지난 시즌 2부 우승으로 1부에 복귀했다. 즉 황희찬은 안정된 중위권 팀에 간 게 아니라, 올라온 지 얼마 안 된 팀의 공격 옵션으로 들어간 셈이다.
계약도 깔끔한 완전 이적이 아니다. 현지 보도를 보면 시즌이 끝난 뒤 300만 유로(약 47억 원)를 내면 완전 영입할 수 있는 옵션이 있다. 바우만은 부상 이력 같은 위험은 있지만, 10개월 임대라면 감당할 수 있다고 했다. 300만 유로를 당장 쓰는 계약이었으면 안 했을 것이라는 말도 했다. 샬케도 확신이 아니라, 일단 써 보자는 쪽에 가깝다.
황희찬에게는 독일 세 번째 팀이다. 잘츠부르크를 거쳐 함부르크 임대, 라이프치히를 지냈다. 라이프치히를 떠난 뒤 5년 만에 분데스리가로 돌아온다. 익숙한 리그라는 점은 장점이다. 다만 30세에, 메디컬도 생략한 막판 임대로 다시 자리를 찾는 그림이기도 하다.
첫 상대가 김민재일 수도 있다
데뷔 무대로 거론되는 경기는 오는 6일 오전, 아레나 아우프샬케에서 열리는 바이에른 뮌헨전이다. 나올지는 아직 확정이 아니다. 나오기만 하면 대표팀 수비수 김민재와 맞붙는 코리안 더비가 된다.
팬 입장에서는 이 지점이 이적을 드라마로 보이게 만든다. 선수 입장에서는 복귀 후 첫 경기가 리그 최강이라는 뜻이다. 감정보다 몸이 먼저 따라와야 하는 경기다.
잘한 선택이라는 쪽
이 이적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분명하다. 울버햄튼에 남아 있으면 경기는 더 줄어들 가능성이 컸다. 임대로라도 1부 리그 무대를 다시 밟는 쪽이, 2부 벤치에 앉아 있는 것보다 선수 생명에는 낫다. 샬케는 공격 선택지가 필요했고, 황희찬은 여러 자리를 볼 수 있는 선수다. 완전 이적이 아니라 임대라서, 안 맞으면 내년에 다시 길을 찾을 여지도 있다.
김민재가 있는 뮌헨과의 첫 경기 이야기도, 관심만 놓고 보면 나쁘지 않다. 대표팀 경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분데스리가 출전은 이름값만이 아니라 실제 경기다.
너무 급하다는 쪽
반대로 보면 허점도 있다. 메디컬을 건너뛴 영입은 구단도, 선수도 위험을 안은 계약이다. 샬케가 완전 이적 대신 임대를 고른 이유 중 하나도 그 위험이다. 2부에서 막 올라온 팀이 시즌 초반 뮌헨을 상대하는 일정은, 몸 상태를 천천히 올릴 환경이 못 된다.
이적 시장 마감 35초 전에 서류가 올라갔다는 사실은 극적이지만, 준비된 이적이라는 뜻은 아니다. 울버햄튼이 정오 전까지 완전 이적만 고집한 탓에 시간이 밀렸고, 그 공백은 선수가 떠안는다. 한 시즌 잘 안 풀리면 내년 여름에 또 팀을 찾아야 한다.
35초가 능사는 아니다
이번 이적은 드라마로는 잘 팔린다. 마감 직전, 유니폼 사진도 나중에, 첫 상대로 뮌헨. 다만 이썰에서 물을 것은 그 장면이 아니라 선택이다.
울버햄튼에 남는 길은 사실상 닫혀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분데스리가 임대는 현실적인 출구다. 동시에 샬케는 황희찬을 핵심 투자로 산 게 아니라, 10개월 동안 시험해 보는 쪽에 가깝다.
잘한 선택일 수도 있고, 너무 급했을 수도 있다. 둘 다 근거가 있다. 그래서 한 표가 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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