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장관 청문회가 열리기도 전에, 문자 한 통이 먼저 도착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2일 페이스북에 공개한 내용은 2021년 10월 12일 김승원 후보자가 당시 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보낸 메시지다. “담당 실무자들이 좀 빠르게 처리할 수 있도록 부탁드립니다. 회사는 제넨셀입니다.”
야권은 청탁이라고 부른다. 후보자 쪽은 공익 민원이라고 부른다. 같은 문장을 놓고 법무부 장관 적격 논쟁이 시작됐다. 3일 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검찰이 3년 동안 강도 높은 수사를 하고도 불기소했다고 맞섰다. 청문회는 아직인데, 이미 프레임은 깔렸다.
브로커 문자를 식약처장에게 그대로 넘겼다
취재를 보면, 김 후보자가 식약처장에게 문자를 보내기 15분 전 양모 씨에게 거의 같은 문장을 받았다. 생약제제과, 임상제도과, 통계분석팀 세 곳에서 업무가 나뉘어 있으니 실무가 빨리 돌아가게 해달라는 내용이다. 양씨는 제넨셀 창업자이자 당시 의장이던 교수 강모 씨의 부탁을 받고 김 후보자에게 연락했다고 한다. 당시 민주당 초선이던 김 후보자는 양씨 요청에 “오케”라고 답했다는 보도도 있다.
김 후보자는 그 문장을 거의 그대로 김 전 처장에게 보냈다. 회사 이름과 “국부유출도 걱정되어 말씀드렸습니다”라는 한 줄을 붙였다. 김 전 처장은 자료 보완이 진행 중이라며 실무진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답장에는 “잘 챙기도록 실무진에게 전달하였습니다”라는 표현이 나온다. 김 후보자는 그 답을 다시 양씨에게 넘겼다. 민원을 전달한 것인지, 처리 결과를 브로커에게 실시간으로 공유한 것인지. 해석이 여기서부터 갈린다.
식약처는 이틀이 아니라 2주 뒤인 10월 26일, 해당 치료제의 2·3상 임상시험 계획을 승인했다. 특혜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이유는 GC녹십자 치료제 2상이 22일, SK바이오 백신 3상이 43일 걸렸다는 비교 때문이다. 다만 식약처는 당시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을 평균 5일 이내에 처리했고, 2~3일 만에 승인한 사례도 있어 특혜로 단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 후보자 쪽도 다른 치료제보다 오히려 더 오래 걸렸다고 반박한다. 속도만으로 청탁의 효과를 입증하기는 어렵다는 이야기다.
한동훈 의원은 공개 질의에서 “엉터리 위험한 약이 청탁 덕분에 임상 승인이 됐고, 관련사 주가가 폭등했다가 실패해 폭락했다”고 썼다. 그 평가는 한 의원의 주장이다. 약이 실제로 얼마나 위험했는지는 강씨 재판에서 따로 다뤄졌고, 그 유죄를 김 후보자 유죄로 옮기는 것은 별개의 비약이다.
검찰은 기소유예, 김승원은 헌법소원
서울서부지검은 2024년 12월 김 후보자를 재판에 넘기지 않고 기소유예했다. 혐의의 뼈대는 알선뇌물 약속이다. 강씨 쪽이 김 후보자 계좌로 정치후원금 500만 원을 보내려 했다는 정황을 놓고 수사했다.
여기가 제일 헷갈리는 지점이다. 기소유예는 무혐의가 아니다. 검찰이 혐의는 인정하되 전과·반성·피해 정도 같은 사정을 봐서 기소하지 않는 처분이다. 국민의힘이 “기소유예는 무혐의도, 무죄도 아니다”라고 한 이유다. 김 후보자는 출근길에서 무혐의가 마땅한데 일부 행위를 이유로 기소유예했다고 말했다. 같은 처분을 놓고 한쪽은 ‘혐의 인정’, 한쪽은 ‘사실상 불기소’로 읽는다.
김 후보자는 기소유예 자체가 부당하다고 본다. 검찰이 3년간 수사하고도 나오는 게 없으니 법기술로 기소유예를 냈다고 반발했고, 지난해 5월 헌법소원을 냈다. 준비단은 윤석열 정부에서 검사들이 투입됐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원석 검찰총장 체제에서 수사가 이뤄졌다고 했다. 탄핵 정국에 편승한 봐주기라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는 취지다. 헌재 판단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유죄 확정도, 무혐의 확정도 아닌 상태에서 장관 지명이 이뤄진 셈이다.
500만 원도 받은 돈이 아니다. 양씨가 강씨에게 후원금을 부탁하고 김 후보자 계좌를 물은 정황은 보도됐다. 다만 한도액이 차서 송금은 이뤄지지 않았고, 양씨는 법정에서 김 후보자가 “마음만 받겠다”며 거절했다고 진술했다.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단도 실제 정치후원금이나 금품·접대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했다. 보내려 했다는 의혹과, 실제로 받았다는 사실은 다른 층이다.
강씨 유죄는 강씨 사건이다
서울서부지법은 2024년 12월 강씨의 약사법 위반과 위계공무집행방해 등을 유죄로 인정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동물실험에서 햄스터가 죽거나 위중해진 사실을 빼놓고 자료를 냈다는 점이 핵심이다.
이 유죄는 강씨 사건이다. 김 후보자 유죄가 아니다. 재판부는 양씨가 김 후보자 등 정계 인맥을 과시한 것으로 보이지만, 강씨가 공무원 청탁을 조건으로 투자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양씨가 김 후보자에게 보낸 요청을 청탁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대목도 있다.
다만 재판 과정에서 나온 통화는 야권이 버리지 않는다. 문자를 보내기 엿새 전인 2021년 10월 6일, 강씨가 임상 승인을 걱정하자 양씨는 김승원 의원에게 연락하겠다며 “승원 오빠가 지금 실세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는 취재가 나왔다. 양씨는 법정에서 강씨에게 잘 보이려고 한 말이라고 해명했다. 김 후보자는 2013년 양씨 유흥주점의 근로기준법 위반 사건을 변호한 인연이 있다. 오래된 친분이 민원 창구가 됐느냐, 국회의원이 민원을 받은 것이냐. 청문회에서 반복될 질문이다.
공익 민원이냐, 청탁이냐
3일 인사청문회 준비단은 선을 그었다. 치료제 허가나 우선 심사, 기준 완화, 절차 생략을 요구한 적이 없고, 코로나 당시 국내 중소기업 임상 절차가 부당하게 밀리지 않게 살펴달라는 고충민원을 전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국민 고충민원 전달은 국회의원 청탁금지법에서도 허용한다고 했다. 식약처 직원들이 처장의 별도 지시나 특별보고는 없었다고 진술했다는 점도 짚었다.
야권은 반대로 본다. 이 정도 사안이면 스스로 고사하거나 인사검증에서 걸러졌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법치를 맡은 자리에, 식약처장에게 실무 속도를 부탁한 문자가 남는 그림이 맞느냐는 공격이다. 기소유예를 받고도 헌법소원으로 다투는 사람이 검찰을 지휘하게 된다는 점도, 야권이 적격자 논란으로 가져가는 대목이다.
둘 다 사실의 조각을 들고 있다. 문자는 있다. 승인 자체는 절차를 밟았다. 금품은 확인되지 않았다. 기소유예는 남았다. 강씨 유죄와 김 후보자 처분은 별개다. 그래서 남는 질문은 법률 조항이 아니라 자리에 대한 감각이다.
법무부 장관은 민원을 전하는 국회의원 자리가 아니다. 그 문자가 허용된 민원이었는지, 장관 후보자로서는 이미 선을 넘은 일인지는 청문회가 가릴 몫이다. 다만 국민이 먼저 가늠하는 기준은 하나다. 이 전력을 들고 검찰과 법무부를 맡기는 게 괜찮은가, 아니면 지명 자체를 거둬들여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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